작년 여름 뭇 여성들의 마음을 한편으로는 따뜻하게, 또 한편으로는 애틋하게 만들었던 드라마, [마마]를 떠올립니다. [마마]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주인공이 자신의 삶을 정리하면서 만들어 낸 이야기입니다. 드라마가 방영된 이후 우리나라의 전통 채색화인 민화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커졌습니다
극 중 주인공의 직업이 민화작가이기 때문입니다. 집안을 지키는 호랑이와 좋은 소식을 전하는 까치가 함께 나오는 그림이나, 꽃과 새가 어울려 가족의 화목을 기원하는 화조도 같은 그림으로 친숙한 민화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저 공간을 장식하는 것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종교적인 의미를 지니기도 하고, 당대의 풍속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때로는 과장스럽고 또 때로는 익살스럽게 우리 조상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그래서 벽에 민화를 건다는 것은 아마도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공간에 푸짐한 이야기 한 자락을 새겨 넣는 일일 것입니다. 드라마 [마마] 주인공의 직업 모델이자, 국내 대표적인 민화작가인 오순경 작가를 만나러 갑니다. 우리네 삶의 터, 그 속에 새겨지는 우리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려고 합니다. 우리의 기억 속에 남겨진 공간들은 늘 삶의 흔적들을, 이런저런 사연이 담긴 이야기를 품고 있는 장소일 겁니다. 때로는 그런 공간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속내에 깊이 파묻혀 있던 옛 이야기들이 깨어나니까요.
이야기가 있는 장소, 그 속에 살다 · 이야기를 담는 공간
우리의 본질을 만들어내는 원천인 이야기가 살아있는 공간
20세기 프랑스의 철학자 폴 리쾨르는 “시간은 이야기의 형태를 가져야 비로소 인간의 시간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시계의 째깍 거리는 기계적인 시간이 아니라, 어린 시절로부터 현재에 이르는 삶의 궤적으로서, 또 시계에는 결코 표시되지 않지만 앞으로 살아갈 미래를 의식하는 시간 개념이 인간의 시간일 겁니다. 그래서 삶은 시간을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그 이야기들은 예외 없이 어떤 공간들에 묶여 있습니다. 따라서 공간은 이야기를 담을 때 비로소 살아있는 장소가 됩니다. 민화는 ‘보는 그림’이 아니라 ‘읽는 그림’이라고 말하는 오순경 작가는 자신의 삶에서 가장 의미 있는 공간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주저 없이 ‘집’이라고 말합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집을 꾸미는 일을 좋아했어요. 어머니의 영향이기도 하죠. 마당이 있는 집이었는데, 엄마가 늘 인테리어에 신경을 쓰셨어요. 학교에 갔다가 집에 올 때, 문을 열면 꽃이 있었어요. 장독 뚜껑에 물을 받고 그 위에 꽃을 둥둥 띄우셨거든요. 그 향을 맡곤 했어요. 마당이 있어서 봄이 되면 목련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그런 집에서 살았죠. 그런 걸 많이 봐서 집이라는 공간을 꾸미고 싶고, 그래서 시골에 살고 싶기도 한데, 사정이 그렇지 못해 늘 안타깝죠.
매일 저녁 뉴스에 나오는 집 이야기는 끝을 모르고 치솟는 전셋값과 간신히 마련한 집 한 채가 노년의 주머니를 버틸 수 있게 해 주는 마지막 자산이라는 씁쓸한 소재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요즘은 내가 살았던 집을 추억하고, 내가 성장한 그 공간을 기억할 수 있다는 것이 마치 축복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오순경 : 또 다른 공간은 제 작업실과 부엌이에요. 음식 만드는 걸 좋아하기도 하지만 음식을 하면서 재료를 만지게 되고, 그 재료에서 색에 대한 영감을 얻기도 하거든요. 요즘은 음식하는 게 귀찮아 지기도 하는데, 사람이 먹는 게 제일 중요하잖아요. 기본이니까.
가장 기본적인 생활을 하는 공간, 그래서 오히려 제대로 신경 쓰지 못하게 되기도 합니다. 너무 가까이 있어 소중함을 잃어버리는 것처럼. 그런데 사실은 이런 공간이 우리의 본질을 만들어 내는 원천임에 틀림없습니다.
오순경 : 작업실도 그래요. 제 작업실은 사실 아주 조그맣거든요. 그림을 그릴 수만 있다면 그리 큰 공간이 필요 없죠. 실제로 안료를 놓아둘 자리와 책상 하나, 그리고 서랍장 하나가 있어요. 하지만 이 공간 속에 수많은 이야기가 있어요. 제 작품들이 만들어진 곳이니까. 공간의 크기가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아무리 작은 공간이라도 이곳에는 항상 이야기가 떠돌아 다녀요. 공간의 크기보다는 그 공간이 살아있는 곳인지가 중요하겠죠. 인간 오순경을 만들어 낸 자리이지 싶어요.
만들어지는 세계, 그 속에서 성장하다 · 삶의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이야기
[마마] 작업을 통한 성장
주어진 현재가 내가 살아낼 수 있는 온갖 가능한 세계들 중에 가장 최선이라고 말했던 철학자 라이프니츠는 공간에 대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공간이란 그저 빈 곳이 아니라 사물들 사이의 관계라고 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빈 공간에 사물들이 끼어드는 것이 아니라 사물들이 생겨남으로써 비로소 공간도 탄생하게 된다는 겁니다. 공간을 만들어 내는 사물들은 모두 내 삶을 이루는 이야기 속 주인공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장소를 우리는 ‘터’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집터니 일터니 하는 말들이 그렇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어떤 ‘터’에서 자랐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도 영향을 받게 됩니다.
오순경 : 저는 성격이 초긍정적이에요. 요즘 말로 완전 낙관적이죠. 어릴 적 방배동에 살았는데, 그 때만 해도 아주 시골 같았거든요. 거기서 고구마 서리도 하고, 손 호호 불며 연탄불도 갈고, 산길 넘어 학교도 다니고 하면서 동네에서 유명할 정도로 개구지게 자랐어요. 그런 경험이 제 성격을 만들었죠.
우리 모두 아마 그렇게 자랐을 것입니다. 물속에서 몸을 움직이는 방식으로 땅에서 움직일 수는 없습니다. 극장에서 움직이는 것과 운동장에서 움직이는 것은 다릅니다. 장소는 우리의 행동을 규정하고, 결국 내가 살아낸 장소가 내 삶의 궤적들을 쌓아갑니다. 그렇게 내가 만들어집니다.
드라마 [마마]를 통해 대중에게 민화의 세계를 소개한 장본인인 오순경 작가에게 물었습니다. 그녀는 이 작업들을 하면서 무엇을 느꼈을까요.
오순경 : 정조의 능행도에 도전한 것이 제가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였던 것 같아요. 그 작업을 하면서 살아온 삶을 반성하게 되더라고요. 예전에는 그저 예뻐서 그림을 시작했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엔가는 인정받고 싶어서 그림을 그렸던 것 같아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삶을 생각하게 되는 거죠. 정조의 능행도 작업은 3년 반이나 걸렸어요. 7000명의 등장인물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그려야 했죠. 막바지에는 정말 눈에 실핏줄이 터져 말 그대로 피눈물이 나는 작업이었는데, 처음에는 잘난 척 하려고 도전했어요. 그러다 알았죠. 내가 정말 얼마나 오만했던가를 깨닫게 된 거예요. 작업을 하다보면 그림 속의 수많은 인물들이 살아나서 대화를 하기도 하고, 나한테도 말을 걸어오기도 해요. 연두색 저고리를 입혀 달라든가, 나는 분홍색이 좋다거나 뭐 이런 식으로요. 심지어 꿈에서까지 나타나서 ‘일어나, 일어나’하고 말을 하는 거예요. 빨리 작업을 하라는 재촉을 하는 거죠. 인물 하나하나가 주인공이 되니 그런 경험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런 고된 과정을 거치면서 초심으로 돌아가게 됐고, 인생을 반성하게 됐죠. 많은 걸 내려놓게 되면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도 자유롭게 됐어요.
삶은 하나의 세계입니다. 우리 자신이 성장하는 세계, 하지만 마치 빈 공간에 사물이 끼워들어가듯, 만들어진 세계에 나 자신을 슬쩍 끼워서 어느 새인가 내 자신도 없어져서 주인공이 아닌 채 살아가는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 때는 그냥 허무해집니다. 그런데 생각을 바꾸면 내가 그 세계를 만들어 가는 주체일 겁니다. 그러면 내 주변의 장소들이 그저 그런 곳들이 아니라, 곳곳에서 나를 향해 이야기를 해 주는 사물이 살아가고 있는 곳이라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내가 내 세계를 만들어가는 장소, 장소가 다시 나를 키워주며 서로 의지하는 곳. 그곳이 바로 나의 공간이자, 내 세계이지 싶습니다.
리쾨르의 이야기로 되돌아갑니다. 리쾨르에 따르면 내 자신의 정체성은 내 자신의 이야기에서 확인됩니다. 지금의 내 모습은 내가 어떤 삶을 살았는가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뜻일 겁니다. 그리고 이야기는 언제나 그렇듯이 줄거리를 품고 있습니다. 그 줄거리란 모든 사건들이 서로의 위치를 갖게 만들어 주는 공간입니다. 원인과 결과처럼 수많은 사건들이 서로를 지시하며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 갑니다. 내 삶의 줄거리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삶이란 그렇게 나의 줄거리를 만들어 가는 일이며, 우리는 그 속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주인공입니다.
오순경 : 정조의 능행도에 도전한 것이 제가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였던 것 같아요. 그 작업을 하면서 살아온 삶을 반성하게 되더라고요. 예전에는 그저 예뻐서 그림을 시작했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엔가는 인정받고 싶어서 그림을 그렸던 것 같아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삶을 생각하게 되는 거죠. 정조의 능행도 작업은 3년 반이나 걸렸어요. 7000명의 등장인물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그려야 했죠. 막바지에는 정말 눈에 실핏줄이 터져 말 그대로 피눈물이 나는 작업이었는데, 처음에는 잘난 척 하려고 도전했어요. 그러다 알았죠. 내가 정말 얼마나 오만했던가를 깨닫게 된 거예요. 작업을 하다보면 그림 속의 수많은 인물들이 살아나서 대화를 하기도 하고, 나한테도 말을 걸어오기도 해요. 연두색 저고리를 입혀 달라든가, 나는 분홍색이 좋다거나 뭐 이런 식으로요. 심지어 꿈에서까지 나타나서 ‘일어나, 일어나’하고 말을 하는 거예요. 빨리 작업을 하라는 재촉을 하는 거죠. 인물 하나하나가 주인공이 되니 그런 경험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런 고된 과정을 거치면서 초심으로 돌아가게 됐고, 인생을 반성하게 됐죠. 많은 걸 내려놓게 되면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도 자유롭게 됐어요.
[마마]에서도 이런 지점을 충분히 고민했을 겁니다. 그 덕에 ‘민화’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내년에 시작될 드라마 [사임당]에 참여하는 오순경 작가님의 민화 역시 기대가 됩니다. 드라마 속 공간을 연출할 때 그 공간의 주인공에 맞춰 공을 들인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공간에 대해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내 방이 없다고, 나만의 사무실이 없다고 내 공간이 없는 것은 아닐 겁니다. 삶의 공간은, 나의 자리는 누군가의 소유가 아닙니다. 그곳에서 내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결국 내 삶이 이루어진 공간이 모두 나의 장소일 겁니다. 또 그곳에서만 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질 겁니다. 내가 그런 장소에 대해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는다면, 내 삶의 이야기도 너무 밋밋해질 듯합니다.
당신의 공간에 색을 입혀 보셨나요? · 민화와 한국 채색화의 매력
우리는 우리의 삶에 색을 입혀 이야기를 완성시켜 나가는 주인공
오순경 : 앞서 말한 것처럼 처음에는 그냥 예뻐서 그렸죠.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민화 속에 담긴 스토리를 이해하게 되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우리 민화의 재료는 자연발색이 되는 것들이 많아요. 굉장히 아름답죠. 제가 재료가 반은 해준다는 말을 가끔 하는데, 천연재료를 선호하는 이유가 그거예요. 천연재료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자기들끼리 조화를 부려요. 화학재료는 처음에는 그림을 쉽게 그릴 수 있게도 하고, 색감도 예뻐 보이게는 하는데, 시간을 정지시켜 버려요. 말하자면 그림을 기절시키는 것과 같아요. 그러다가 나중에 그 그림이 갑자기 깨어나면 어떻겠어요? 찢어지고, 터지고 하는 이유가 시간을 정지시켜서 색을 낸 재료들이 서로 적응하고 조화할 수 있는 시간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천연재료를 쓰면 처음에는 힘겹지만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조화를 부려요. 세월에 따라 재료들이 삶의 투쟁을 벌이는 거죠. 자연발색은 그런 과정의 역사에요. 삶의 역사이기도 하고 진화하는 것이기도 하죠.
오순경 작가가 가진 민화, 정확히 말하면 한국의 ‘채색화’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합니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화풍이라는 겁니다. 동일한 화풍을 지위고하를 막론한 모든 사람들이 좋아한 경우가 거의 없는데다, 무엇보다 자연미를 살리는 일에 있어서 우리의 채색화만한 그림은 없다는 겁니다.
오순경 : 중국에서 문화가 시작되면 한국에서 꽃을 피우고 일본에 가서 망친다는 말이 있어요. 예를 들어 일본의 작품들은 색감이나 조형미가 너무 예쁘지만 어느 정도 안목이 트이면 너무 인공적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그런데 우리나라의 작품들은 500년, 600년 시간을 살아내면서 그 세월의 풍파를 겪으며 지낸 자신을 고스란히 보여줘요. 그 덕에 보면 볼수록 삶의 깊이를 공감하게 돼요. 중국은 나라가 너무 커서 산과 들, 바다와 강을 한 번에 온전히 다 볼 수가 없어요. 그래서 그 작품들은 관념적이죠. 반면 땅이 좁은 우리나라는 그 모든 자연을 온전히 다 보고 친숙해질 수가 있어요. 그 덕에 그 자연스러움이 몸에 배고, 작품에도 그런 자연미가 담기죠. 세월의 풍파를 견뎌내게 하는 것도 그런 자연스러움의 일부겠죠. 일본 사람들은 자신이 아름답게 본 것을 인공적으로 그대로 옮겨 놓아서 정지시켜 버리려 하죠. 그 순간을 잡아둔다고나 할까요. 우리는 그대로 놔두는 편이에요. 이렇게 작품들에는 그 나라의 민족성이 담기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일본의 것은 작위적이기 때문에 세련됐죠. 반면 우리의 것은 투박해요. 대신 세월의 깊이가 느껴져요. 세련된 것은 만들어질 수 있지만, 세월의 깊이는 만들어질 수 없는 거잖아요. 그 삶의 깊이 말이에요. 제가 나이가 들고, 안목이 트이면서 보게 된 것들이죠.
한국의 채색화에 관해 말하는 오순경 작가의 이야기는 삶의 공간이 어떻게 사람을 만들어 가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생생한 증언 같습니다. 그런 공간 속에 세월을 살아낸 사람들이 바로 그런 작품들을, 또 그런 삶을 만들어 낸다는 그 사실 말입니다.
“민화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그 그림을 보고 살아갈 사람에게 복을 빌어주는 마음과 정성들이 담겨 있죠.″
오순경 :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이야기를 좋아하는 유전자가 있나 봐요. 민화에 대한 관심이 아직은 여전히 적어서 사람들이 잘 모르고, 그래서 안타깝지만 일단 그림을 읽을 줄 알게 되면, 아니 그저 몇 번만 보기만 해도 이야기를 좋아하는 유전자가 발현이 되죠. 민화의 매력에 푹 빠지니까요. 민화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그 그림을 보고 살아갈 사람에게 복을 빌어주는 마음과 정성들이 담겨 있죠. 말이나 글로 표현하면 너무 직설적이잖아요. “오래 사세요.”, “성공하세요.” 이를 직접 말하기는 그렇잖아요. 대신 꽃이나 새나 잉어 같은 상징으로 그 뜻을 전하는 거죠. 정말 낭만적이잖아요. 멋과 풍류가 있는 거죠. 이런 정성이 그 사람이 살고 있는 장소에서 계속 함께 살아내는 거잖아요.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자신만의 색을 갖습니다. 어떤 장소가 색을 갖는다는 것은 그래서 그곳이 생명이 있음을 뜻합니다. 장소에 색을 입힌다는 것은 그곳에 이야기를 들이는 것과 같습니다. 장소에 생명을 부여한다는 것은 우리가 이야기를 완성시켜 가는 주인공이 된다는 것이며, 우리의 삶에 색을 입히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 색은 화려할 수도 있고, 담백할 수도 있을 겁니다. 분명한 건 그 장소에 색을 입히고 이야기를 새겨 넣을 주인공은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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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쾨르가 말한 것처럼 인간은 이야기적 존재입니다. 그에 의하면 이야기는 플롯을 짜는 일, 즉 사건의 재구성이자 그런 의미에서 역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 사람이 기억하는 삶의 궤적은 그의 역사이자 그가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우리의 내면에는 자신의 삶을 하나로 이어주는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펼쳐질 공간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바로 ‘여기’일 것입니다.
그래서 묻습니다.
당신의 ‘여기’에 색깔을 입혀본 적 있나요? 당신의 삶, 당신의 이야기는 무슨 색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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