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루틴’을 만들고 ‘루틴’은 사람을 만든다

루틴의 역설

이 단어를 들었을 때 독자 여러분은 무엇이 떠오르는가? 루틴은 흔히 ‘틀에 박힌 반복되는 일상’ 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여질 때가 있으며, 심지어는 사소해 보여서,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왜 <멘탈의 연금술> 저자인 보도 섀퍼는 “루틴을 가지면 실패할 틈이 없다” 며 성공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가장 큰 차이에 있어서 수많은 단어를 제쳐두고 ‘루틴’ 을 꼽았을까? ‘히트머신’ 이라 불리는 메이저리그 야구선수인 스즈키 이치로는 어떨까? 그는 일과 휴식조차 초단위로 관리할 정도로 루틴이 확고한 삶에 기반하여 전설적인 위치에 오른 사람이다. 그런 입지전적인 인물이 언론 인터뷰에서 “당신의 꿈과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은 오직 하나입니다. 바로 사소한 것들을 축적하는 것이죠“ 라고 말했다. 사소한 것들의 축적이라? 아리스토텔레스는 “반복적으로 무엇을 하느냐가 우리를 결정한다. 탁월함은 ‘행위’가 아니라 ‘습관’이다” 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정도이면 삶에 있어 ‘루틴’ 이라는 단어를 결코 만만하게 볼 것이 아니라는 느낌이 오지 않는가? 루틴에는 그냥 얕잡아 볼 수 없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심오한 그 무엇이 숨겨져 있다. 성공을 향해 끊임없이 정신없이 달려가는 우리들 삶 속에서 ‘루틴’ 이라는 녀석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비범’한 삶은 수많은 ‘평범’이 만들어내는 ‘작품’이다

예를 들어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서 15분 명상을 한다거나, 저녁식사후에 1시간씩 산책을 한다거나, 낮시간에 매일 20분씩 취침을 하는 것 등을 비롯하여 꾸준히 반복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처럼 루틴은 의식적, 의도적, 지속적인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기에 생각보다 결코 쉽지 않다. ‘작심삼일’ 이라는 말이 그냥 나올 리가 없지 않은가? 한두번은 할 수 있겠지만 지속적으로 꾸준히 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루틴이 사소해 보일지 몰라도, 그 축적된 힘은 기적과 탁월함을 만들어내는 성공의 원동력이 되고야 마는 것이다.

19세기 스페인의 가장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인 ‘파블로 사라사테’에게 사람들이 ‘천재’라고 부르자 사라사테는 이렇게 반응했다. “천재요? 저는 37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14시간씩 연습한 것 뿐인데…” 라고 말이다. 어떤 특별한 대답을 기대했다면 허탈할 수도 있는데, 그의 천재성은 매일매일의 평범한 ‘루틴’ 의 축적이었던 셈이다. 비범함은 평범한 하루하루가 갈고 닦은 축적의 결과물이며, 평범함의 위대함은 바로 ‘루틴’ 을 통해 빛을 보게 되는 것이다.

루틴이 없다면? 인생을 낭비한 죄!

루틴으로 인해 삶이 자동화되면 어떤 현상이 발생될까? 불필요한 행동이 없어지며, 시간을 전략적으로 배분하여 낭비할 틈이 없어지게 된다. 더욱이 내가 의도한, 목표한 것에 시간과 에너지, 열정을 온전히 쏟아 부을 수 있으며, ‘몰입도’ 또한 훨씬 높다. 몰입이론의 창시자인 칙센트미하이는 “창의적인 사람일수록 엄격한 자신만의 루틴을 지킴으로써 더 많은 시간적 ·정신적 여유를 누린다” 고 말한다.
루틴은 때로는 힘들고, 때로는 귀찮고, 때로는 무기력 할 때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것을 이겨내며, 묵묵히 한발한발 내디디며 성공을 향해 소리 없이 나아가게 해주는 비밀병기로서, 삶의 중심을 꽉 잡아준다. 사람은 근본적으로 불완전한 존재요, 본능적으로 쉽고 편한 것을 지향하게 되어있어 누군가가 또는 무엇인가가 잡아주지 않으면 목적했던 삶에서 이탈 또는 포기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루틴이 있는 자’가 ‘루틴이 없는 자’를 지배한다

<부자습관>을 쓴 토마스 콜리는 “부자들은 대부분 최초 업무시작시간 3시간전에 기상한다” 고 이야기했는데, 트위터 전 CEO 잭 도시는 새벽 5시에 일어나 명상과 운동을 하며,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은 ‘5시45분’ 에 일어나는 ‘모닝루틴’ 을 지니고 있다. 매우 불우했던 환경을 극복하고, 세계적인 스타로 등극한 ‘오프라 윈프리’ 는 ‘감사일기’ 를 쓰는 루틴으로 그녀의 인생을 바꾸었다.

서양 근대철학을 종합한 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매일 오후 3시30분이면 산책을 했는데, 마을 사람들이 그가 산책하는 모습을 보고 시계를 맞춘 일화는 유명하다. 사람들은 칸트를 기념해 그 길을 ‘철학자의 길’ 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월가의 큰손 워런 버핏의 하루루틴은 HBO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워런 버핏이 된다는 것, Becoming Warren Buffet > 에서 소개되었는데, 놀라운 것은 ‘일어나서 맥도날드 햄버거먹고, 콜라를 마시고 읽고 잔다’ 로 압축할 정도로 지극히 단순하다는 것이다. 바쁘게 사는 사람들에게 “왜 그리 바쁘게 사느냐” 며 경종을 울리는 듯 할 정도이다. 다만 그는 하루에 읽는 양이 500페이지가 넘을 정도, 매일 책 한 권 이상을 읽는 셈이니 무서울 정도로 매일 지식과 지혜, 통찰을 축적하는 삶을 영위해가고 있다. ‘부자는 시간에 투자하고, 가난한 사람은 돈에 투자한다’ 라는 워런 버핏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주 작은 반복의 힘을 믿어라

유명한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새벽 4시기상, 5~6시간 글쓰기, 운동, 9시 취침으로 일상의 변화없이 매일 반복하는데, 그는 “반복은 매우 중요합니다. 최면과 같은 것입니다. 더 깊은 내면으로 저를 이끌어 줍니다” 라며 반복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대한민국의 가수, 프로듀서이자 JYP엔터테인먼트 설립자인 ‘박진영’ 은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한 루틴으로 유명한데, 꿈을 이루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하루하루 자기자신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그는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내 인생 전체를 바칠만한 가치가 무엇이냐를 찾아야 한다” 면서, “어떤 가치를 가지고 살 것인가. I want to live for ( ) 에서 빈칸에 무엇이 들어갈지를 찾아야 한다” 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단 1초라도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한 치열함도 있는데, 의상루틴, 메뉴루틴 등이 그것이다. 스티브 잡스와 마크 저커버그는 늘 같은 스타일링을 고집할 정도로, 어떤 옷을 입을까 등에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다. 마크 저커버그의 옷장에는 회색 면 티셔츠 10벌 정도가 진열되어 있는가 하면 ‘박진영’은 벨트매는 그 사소한 시간을 줄이기 위해 고무줄바지를 입는다.

이제 당신차례이다.

당신은 하루 24시간에서 의도적인 목적, 목표를 가지고 매일같이 반복적으로 하고 있는 ‘루틴’ 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또한 24시간인 86,400초를 어디에 얼마만큼 쓰고 있는지를 지금 당장 기록해보라. 철저히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아니면 허투루 쓰고 있는지를 소스라치게 놀랄 만큼 느껴지는 것이 있을 것이다. 아울러 현대사회 많은 사람들이 다들 바쁘게 살아가는데,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바쁜가’ 가 아닌 ‘무엇에 바쁜가’ 에 대해서도 차분히 성찰할 필요가 있다.

글 / 홍대순

광운대 경영대학원장
국제경영전략가

• 주요경력

  이화여대 교수
  아서디리틀 코리아 대표(세계최초경영전략컨설팅.1886 미국)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취임식기획위 부위원장(인수위)
  유네스코 자문위원
  대통령실.기재부.산업부.국토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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