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철학 릴레잇 EP.2 권오중론

따뜻한 웃음을 전해주는, 의외로 구설수 없는 남자
지난 약 30년간 세상을 향해 달려온 가족과 함께할 때 가장 따뜻한 남자
자신의 자리에서 언제나 빛나는 배우

철학을 잇다 - 권오중 [TURNING POINT]

Q.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지금 제가 살아온 54년 세월 중에 가장 평안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운동을 합니다.
화실 가서 그림도 그리고 그 다음에 예배가 있는 날은 교회에 가서 예배드리고 가족끼리 함께 그림도 그리고 취미생활을 같은 걸로 하고 있어요.

Q. 배우로서의 인생은 어땠나요?
'쓰레기처럼 살았다.'
나태했고 게을렀고 방탕했던 것 같아요. 옳은 길과 긍정적인 길로 가지 않았어요.
제가 말 그대로 처음 데뷔는 엑스트라로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정말 우연찮게 좋은 기회로 KBS '사랑의 인사'라는 드라마로 시작했거든요.
너무 좋은 기회로 된 거예요. 이게 주연급으로. 그리고 사랑의 인사가 끝나고는 바로 미니시리즈 주인공을 한 거예요. 이게 인기로 인해서 돈도 벌게 되고 또 사람들도 많이 아니까 되게 즐거운 생활을 했어요.
그게 점점 쌓이고 쌓여서 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부터는 이게 영원할 줄 아는 거죠.
내가 배우로서 죽어서라도 남길 수 있는 하나의 작품을 한 번 남겨봐야 되지 않나 생각하는 게 당연한데도 불구하고 저는 그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어떤 명작을 남기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감사가 없었던 거에요.
그러다 어느 순간에 일도 안 들어오고 배우로서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 것도 없고 와이프는 약간 참아줬던 거죠.
비전이 없어, 소망도 없어, 일도 없으니까 인내해 주고 참아줬는데, 점점 참다가 2020년도에 그냥 터진 거예요.

<나를 가장 힘들게 하던 것>
Q. 가족들이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부모가 제일 힘든 게 자식이거든요. 요즘엔 자식이 어디 가다가 무릎만 까져도 그걸로 마음이 너무 아프잖아요. 까져가지고 약을 발라줘도 그 다음날도 계속 발라주는 게 맞는 거죠.
우리 애는 말 그대로 치료 약이 없어. 점점 안 좋아져. 이걸 매일 보는 건 사실 쉽지 않아요.
너무나 아프죠. 가슴이 아프죠.
근데 아들은 어쨌든 뭐 제가 그래서 된 건 아니지만, 아내는 저로 인해 아픈 거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사람을 저렇게까지 아프게 했다는 게 저는 그게 더 힘들더라고요.
내 아내 역시 귀한 딸이고 너무 잘 살았던 그런 사람인데 한 사람으로 인해서 저렇게까지 힘들 수가 있고, 저렇게까지 아플 수가 있다는 것을 보는 것이 전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 힘듦을 나쁘게 해결하려는 것도 있었어요.
그게 마치 한 방법이라 생각한 거예요. 그런 생각까지 들 정도로 생각이 들어서
그런 정말 암흑같은 시기를 2020년도부터 몇 년간은 이렇게 보내왔습니다.

<MAKE MOVEMENT>
Q. 힘든 시기를 벗어나기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술을 바로 끊었습니다. 말 그대로 저의 목표는 뭐였냐면 전 세계의 생맥주를 먹는 게 목표였습니다.
너무 한심하죠. 남편으로서 너무 한심하죠. 이게 그것을 다 먹자는 어떤 바보같은 목표를 갖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와이프는 너무 한심한 거죠. 이게
그래서 술을 바로 끊었어요. 그리고 아내한테 이제는 올인. 충성하는 거예요.
그래서 아내가 그동안 힘들었던 부분들을 저로 인해 힘들었으니까 치료할 사람은 저밖에 없는 거예요.
그래서 24시간 365일 안 떨어지고 아내가 좋아하는 거, 뭐 카페에 가서 커피 마시고 제가 그런 거 안했거든요. 왜? 그럴 바에는 맥주를 마시지? 왜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셔? 이런 마인드였거든요.
아내가 원하는 건 그런거였어요. 손잡고 다니고 카페에 가서 둘이 이렇게 커피 마시고 그리고 집안일을 제가 모두 다 했습니다. 지금까지도 제가 다 혼자 하고 있어요.
네가 그동안 오랫동안 많이 힘들게 다 했으니까, 이제부터 내가 다 할게. (그랬더니) 사랑이 정말로 연애할 때 보다 더 좋아졌어요.

<최고의 선택>
Q. 내 인생의 가장 현명한 선택은?
결혼이죠. 제 아내랑 결혼한 일을 가장 잘했어요.
이게 정말 웃으면서 얘기하는 게 아니라 제 아내를 안만났으면 더 음란하게 살고 더 방탕하고 진짜 어디 안 좋은 데서 병들어서 죽어가고 있을 거예요. 왜냐면 제가 저를 아니까

<그래서 나는 죽기로 결심했다.>
Q. 180도 바뀌기 힘들었을 텐데?
내가 죽어야 해요. 내가 죽는다는 건 나의 어떤 성질, 내가 갖고 있는 이런 것들을 죽이면 (문제가 해결되는 거예요)
아 그러면 내가 너무 죽어 사는 거 아니야? 나도 열심히 일하고 나도 가장으로서 막 하는데 (이해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 근데 그게 힘든 거예요. 평생 나를 보이고 나랑 같이 있으면서 나를 도와주는 너무나 유일한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져주는 것) 그게 안되는 거예요. 왜냐하면 나도 상처받았거든.
나도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저 사람한테 인정받지 못하고 나만 나쁜 사람인 척 대하고 나를
이렇게 또 덜떨어진 사람처럼 대하는 부분들을 생각하면 (서운한 거예요) 나도 화가 있거든요. 남편들이
왜 나를 그렇게 생각하지? 나는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왜 나를 이렇게 무시하지? 어떻게 하면 이 여자가 행복하고 좋아하는지 뻔히 아는데도 그걸 안 하는 거예요.
되게 슬픈 거죠. 사실은 어떻게 보면 가장 이게 소통을 해서 주고받고 좋은 말을 주고받아야 하는 관계잖아요. 매일 같이 사는데 그런데도 그걸 안 해요.
내가 죽어야 할 수 있어요. 쉽진 않습니다. 쉽진 않지만, 해볼 만한 가치는 있어요. 죽으세요!

<죽음 그 이후>
Q. 나의 변화로부터 얻게 된 것은?
크리스천들은 사실 천국을 소망하잖아요. 내 그 천국의 작은 모형이 가정이에요. 정말로 가정이 천국이 되면 마음이 그렇게 평안한 걸 수가 없어요. 이거는 겪어보지 않으면 이 평안함은 제가 설명할 수 없어요.
그래서 일이 없거나 아니면 뭐가 이렇게 문제가 생겨도 그 전처럼 조바심을 내거나 불안해하거나 뭔가 허하거나 만족감이 채워지지 않는 삶을 살았다면 이제는 뭔가 많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너무 편안한 거예요.
그러니까 그 저의 평안함 안에 평안함이 있으니까, 애도 좋아져요. 너무 좋아요.
너무 행복해요. 그리고 같이 뭔가 얘기를 나눌 수 있고 커피를 마시고 맛있는 걸 먹고 같이 어딜 다니고 이게 가장 행복해요. 이게 행복하니까 평안한 거예요.

Q. 가족으로부터 깨닫게 된 삶의 의미?
제가 요즘에 유튜브를 하잖아요. 뭐 아이 때문에 한 거죠.
아이가 찬양을 좋아하니까 남들 보여주려고 한 건 아니었어요. 하느님만 보세요.
조회수 1을 목표로 한 거였거든요. 근데 너무 많은 분이 보시고 예상치 못한 답글을 받는 거예요. 우리 아이도 장애가 있는데, 너무 감사합니다.
사실 저는 생각해 보면 제가 그 아이를 위해서 해준 게 하나도 없어요. 처음 보는 분한테 기도를 해줬겠어요. 아니면 '여러분 힘내' 한 것도 없잖아요.
그런데 많은 장애 가족분들이 거기에 위로를 받고 너무 감사하다고 하는 거에 대해서 아, 이게 내가 좀 더 그러면 더 배우를 하고 더 정말 좋은 역할을 통해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힘을 내겠구나.
웃음을 주고 희망을 주고 지금도 물론 우리 아이는 치료 약이 없지만 감사함을 배우는 거죠. 아이가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우리가 이렇게 좀 겸손하게 지내지 않았느냐고 할 정도로 아이의 역할은 되게 커요.
그리고 2020년도에 집사람이 아프지 않았다면 지금도 한가하게 어디서 술 먹고 있었을 거예요. (집사람이) 날 정말로 사랑하는구나. 이 사람이 자기랑 결혼하고 그리고 지금까지 모습들이 '날 정말로 정말로 사랑하는 남자였구나'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TURNNING POINT, 변화, 사랑, 가족
철학을 잇다
권오중
교보생명의 하루잇문학, 다음 달에도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