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철학 릴레잇 EP.3 김광진론

덤덤한 목소리로 커다란 울림을 주는 가수
잊고 있던 소중한 추억들을 되살려주는 음악의 마법사
여전히 꿈을 꾸며 사는 소년 같은 뮤지션 김광진

철학을 잇다 - 김광진 [A Magical Moment in Life]

Q. 34년간의 음악 인생을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지?
정말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많이 들고 많이 감사하고 '전생에 나라를 구한 거 아니었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운이 좋았단 생각이 이제는 많이 드는 것 같아요. 이제 노래를 발표하고 별로 반응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후배들이 리메이크하고 (그러면서) 다시 많이 알려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처음에 조금 실망했지만, 나중에 많이 알려지면서 그래도 좀 꾸준히 해야 되겠다. 그런 생각한 적은 있었던 것 같아요.

Q. 음악을 그만둘 생각도 여러 번 했었다고?
처음에 내 노래가 라디오에서 나올 때 그땐 옆에 있는 사람한테 버스에서 '이거 내 노랜데'라고 얘기하고 싶을 정도로 기뻤는데 음악계라는 곳이 기복이 심한 곳이라 계속 승승장구할 수는 없는 산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노래가 좀 알려지고 히트가 되기 전까지는 정말 아무도 자신이 없잖아요. 그러다가 곡이 좀 알려면 이제 약간의 자신감이 생기죠. (자신감이)생겨서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하는데 그러다 반응이 없으면 또다시 자신감이 많이 떨어지고 그래서 그런 감정의 기복이 많이 있었던 것 같은데...

Q. 다시 음악을 하고 싶어진 계기는?
요즘 나이가 들어서 드는 생각인데 어떤 노래가 어떤 사람의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추억 속으로 확 돌아가게 만드는 강한 힘이 있다는 것을 예전보다 더 느끼는 것 같아요.
2년 전에 공연을 하면서 어떤 분들도 내 노래를 듣고 본인이 90년대에 생각했던 추억으로도 가고 내가 어떤 사람들한테 강한 영향력을 미쳤구나. 그렇게 같이 시간이 지나면서 추억도 (같이) 공유할 수 있고 그런 팬들이 또 와서 이렇게 응원을 해주는 것에 대해서 예전보다는 좀 힘을 얻었던 것 같아요.

[Magic Castle]
Q. 국민가요 '마법의 성'은 어떤 의미?
노래 제목이 마법인데 제 인생을 크게 변화시킨 마법과 같은 노래였죠. (박용준과 함께 만든) 그 노래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음악을 좀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일단 들고요. 94년도에 정말 지금은 좀 가물가물하긴 한데 정말 거리의 어디를 가도 그 노래가 이렇게 많이 흘러나왔기 때문에 정말 구름에 붕 떠 있는 경험을 했던 것 같아요.

믿을 수 있나요
나의 꿈속에서
너는 마법에 빠진 공주란걸
언제나 너를 향한 몸짓에
수많은 어려움뿐이지만
그러나 언제나 굳은 다짐뿐이죠
다시 너를 구하고 말거라고
두 손을 모아 기도했죠
끝없는 용기와 지혜 달라고

Q. 인생에서 만난 마법 같은 순간?
더클래식의 박용준 씨를 91년도에 SM 기획에서 만났는데 그때 (박용준은) 좀 젊고 좀 유망한 그런 청년이었고 그때 이제 같이 솔로 1집부터 편곡 작업하면서 같이 이제 음악 작업을 쭉 해왔는데 그렇게 우연히 만난 사람이 오랫동안 30년 이상 음악을 쭉 도우면서 새로운 창작을 했다는 게 너무 운이 좋다는 생각이 들고 음악하는 사람들은 약간 다 자존심이 세기 때문에 그런 좋은 관계가 유지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또 굉장히 좋은 성품을 가진 그런 파트너를 만나서 오랫동안 같이 했던 게 정말 작은 마법 같기도 하고 나한테는 너무 행복한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Music is Magic]
Q. 김광진에게 음악의 '마법'이란?
내가 힘들 때마다 나를 굉장히 살려줬던 것 같아요.
유학 가서 아주 힘들 때 되게 도움을 줬고 그리고 이제 음악을 오랫동안 그만두고 있을 때도 오디션 프로그램 같은 그런 성격의 방송에서 제 노래들이 알려지고 리메이크 되면서 인생에 정말... 행운 같은, 비타민 같은 일들이 많이 일어났고 음악을 좋아하는 아내를 만나서 같이 이렇게 작업하고 시간을 보냈고, 좋은 추억을 만들었고 요즘엔 공연을 열심히 하면서 중년에 목표랑 계획이 있는 공연을 지속하게 되니까 내 인생에 큰 도움이 됐던 건 역시 음악이 아니었나

[The Boy Dream]
Q. 뮤지션 '김광진'의 꿈?
제가 이제 MBTI가 ENFP인데 ENFP가 어떤 사람인지 딱 봤을 때 너무 뼈 때리는 거예요. 그냥 난 거야.
그러니까 약간 좀 외향적인데 약간 감상적이고 그리고 되게 직관적으로 행동하는데 계획성은 없어. 내 노래에 되게 많은 스토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내 노래를 뮤지컬로 만들면 좋겠다고 15년 전부터 생각하고 있는데 하나도 진전이 안 됐어요. 조금 계획성을 좀 보완해 줄 사람들이 필요하고 그런 사람들을 마법 같이 만나서 다음 10년에는 미국에서 만 명 규모의 공연을 여는 것이 목표입니다.

[Special Concert]
Q. 특별한 공연을 앞두고 있다고?
요번 공연은 기존의 편곡과는 조금 달라진 형태로 조금 더 어쿠스틱한 사운드로 편곡한 공연이 될 거고 이번에는 노래 가사를 잘 음미해 보자는 의미에서 노래 가사들을 좀 정리한 책자를 만들어서 공연에 오신 분들한테 드리고 있는데 제 공연을 보러 오는 사람들은 어떤 형태의 마음에 위안을 얻고 가는 게 아닌가.
사랑, 이별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냥 결코 의미 없이 지나간 게 아니고 본인들의 추억도 한번 생각해 보고 결코 그게 덧없고 의미 없는 게 아니었고 '아낄 만한 기억들이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A MAGICAL MOMENT IN LIFE
음악, 마법, 소년
철학을 잇다
김광진
교보생명의 하루잇문학, 다음 달에도 계속 이어집니다.

[김광진, 빌리 조엘에게 사기당하다?]
빌리 조엘이 제 음악적인 스승이에요. 언제 제 인스타그램에 윌리엄 조엘이란 사람이, 빌리가 윌리엄이잖아요.
제가 이제 빌리 조엘 인스타그램에 가끔 글도 남기고 했거든요. 근데 그 사람이 저한테 메시지가 왔어요. 그러면서 너무 깜짝 놀랐어요. 빌리 조엘이 나한테 '메시지를 보냈구나' 그래서 자기 공연에 내가 노래를 부를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계속 그 사람이 내가 이렇게 말했다는 걸 절대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한번은 괜찮은데 그 얘기를 계속하는 거예요. 한 세 번을. 나중에는 사기꾼인 줄 알았죠.
빌리 조엘을 사칭한 사람한테 큰 상처를 받았지만, 빌리 조엘 선배님한테 제가 한마디 하고 싶어요. 이 방송을 통해서
빌리 조엘 선배님이 엄청 락을 좋아하세요. 그래서 꼭 공연을 하면 발라드는 안 해요. 우리가 좋아하는 곡은 너무 안 해요. 근데 나는 진짜 음악은 팬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빌리 조엘 선배님이 한 달에 한 번 정도 공연하는데 한 공연은 그냥 약간 발라드 위주로 한번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말랑말랑한 걸 한번 공연해 주시면 팬들이 되게 좋아하지 않을까. 이 얘기를 꼭 전해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