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초월 능력부자! 양자 컴퓨터란?｜어쩔과학2

<어쩔과학2 2편>

안녕하세요. 세상 물정에 관심 많은 과학자가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어쩔과학 시즌2 김범준입니다.

① 상상초월 능력부자! 양자 컴퓨터란?

오늘 소개할 첫 번째 질문은 바로 양자 컴퓨터입니다. 2025년 올해는 양자 물리학에서 아주 특별한 해입니다. 왜냐하면 베르너 하이젠베르크가 양자 역학의 기초를 만들어낸 것이 1925년이어서 올해가 딱 양자역학이 탄생한 10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입니다. 양자 컴퓨터는 기존에 우리가 이용하고 있던 컴퓨터에 비하면 엄청나게 빠른 그런 성능을 갖는 것이 가능합니다. 양자 컴퓨터가 왜 이처럼 빠르게 작동할까라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양자역학의 두 개념이 있습니다. 그중의 하나는 바로 양자역학에서 양자 상태가 만족하는 중첩이라는 속성입니다. 중첩은 어떤 것이냐면, 예를 들어 동전을 생각해 볼게요.

우리가 손바닥에 놓고 올려서 볼 수 있는 그런 동전은 앞면 또는 뒷면 둘 중에 딱 하나만 가능하겠죠? 그런데 양자역학에서 양자 상태가 중첩이 된다는 의미는 어떤 양자역학을 따르는 대상의 상태가 앞면인 상태와 뒷면인 상태가 동시에 존재하는 그런 상태를 우리가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중첩이 되면 어떻게 그 양자 컴퓨터가 빠르게 연산을 하는 것이 가능하냐면, 고전 컴퓨터에선 한 번에 딱 한 상태만 처리합니다. ‘동전이 앞면일 땐 이렇게 하고 뒷면일 땐 저렇게 한다.’라고 되어 있다면 그 둘을 따로따로 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양자 컴퓨터에선 동전이 앞면인 상태와 뒷면인 상태를 하나의 상태로 엮어 놓는 것이 가능해요. 그러면 그 양자 상태에 대해선 앞면일 때, 뒷면일 때에 대해서 동시에 여러 가지 계산이 가능해지는 거죠. 게다가 양자역학에선 이렇게 양자 상태 하나가 아니라 여럿을 서로 엮어서 얽혀 있는 상태로 만들어 낼 수도 있습니다. 첫 번째 동전이 어떤 양자 상태, 두 번째 동전이 또 다른 양자 상태, 이런 여러 동전이 가지고 있는 양자 상태를 다 일종에 연결해서 커다란 전체의 양자 상태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게 되면 양자 컴퓨터에선 어쨌든 전체는 나의 양자 상태예요. 얽혀 있지만. 그래서 이 하나의 상태에 대한 연산을 딱 한 번에 그냥 해결해 버릴 수가 있는 그런 것이 가능해지는 거죠.

하지만 현재 양자 컴퓨터는 당장 내년에 여러분이 어떤 회사가 판매하는 노트북 크기만 한 양자 컴퓨터를 구매하는 것이 가능하지는 않습니다. 아직은 양자 컴퓨터를 구현하기 위한기술이 여러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양자 컴퓨터 사진 아마 보신 분들이 있을 텐데요, 사실 그 사진에 가장 아래쪽에 있는 손바닥만 한 크기가 양자 컴퓨터예요. 다른 모든 장치들은 이 양자 컴퓨터를 작동시키기 위한, 예를 들어 액체 헬륨을 수송하는 관, 냉각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필요한 그런 장치가 양자 컴퓨터라고 불리는 그 장치의 대부분입니다. 양자 컴퓨터가 앞으로 실용화돼서 우리 주변에 다가오게 되면 정말 엄청난 분야에서 혁신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직은 더 발전시켜야 되는 기술들이 많이 남아있어서 우리 주변에 금방 양자 컴퓨터가 다가올지는 사실은 조금 더 우리가 기다려 봐야 되는그런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② 출근길 지하철에서 졸다가 도착할 때쯤 깨는 이유는?

지하철에선 어떻게 우리 뇌가 목적지를 판단해서 목적지 도착 바로 전에 잠에서 깨도록 우리를 이끌까요? 먼저 이 얘기를 하기 전에 우리가 밤에 잠이 들면 우리가 어떤 단계를 거쳐서 수면을 취하는지에 대한 알려진 얘기들을 먼저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우리가 잠을 잘 때는 모두 4단계 정도가 가능해요.

1단계에서는 우리가 완전히 잠에 든 것이 아니어서 외부에서 어떤 정보가 발생하면 우리가 그 정보에 반응하는 것이 가능한 상태입니다. 졸린 정도 상태, 그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1단계가 지나면 우리는 2단계 수면에 빠지게 됩니다. 사람들이 숨을 쉬는 호흡이 느려지고 심장 박동도 느려지는 그런 일들이 발생하는데요. 이 2단계 수면이 상당히 흥미로워요. 완전히 잠이 들어서 외부의 자극에 반응을 하지 않는 단계도 2단계 수면에 일부를 이루고요. 또 다른 단계에선 외부의 자극에 반응할 수 있는 그런 단계도 있습니다. 번갈아 가면서 일어나는 그런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2단계 수면에서도 우리는 외부 정보에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해요. 자, 그다음이 이제 세 번째 단계인 3단계 수면입니다. 간밤에 깊이 잠들어서 아주 아침에 몸이 개운한 느낌을 받으실 때가 있을 텐데요. 그때가 바로 간밤에 충분히 3단계 수면 시간을 가질 때입니다. 3단계 수면에선 우리 몸이 근육에 생긴 손상을 회복하고, 그리고 면역계를 회복하고 하는 여러 과정이 진행됩니다. 심지어 청소년기에서는 몸의 성장이 이 3단계 수면 때 아주 활발하게 일어난다는 그런 보고도 있죠.

이제 네 번째 중요한 단계가 바로 REM 수면 단계라고 불리는 단계입니다. REM 수면의 REM은 Rapid Eye Movement, 즉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뜻합니다. 아니, 잠을 자는데 왜 눈동자가 움직일까요? 이때가 바로 우리가 꿈꾸는 단계입니다. REM 수면 단계에서 일어나는 아주 중요한 일이, 여러분이 낮에 경험했던 어떤 기억들이 있을 텐데요. 그 기억을 뇌가 정리해서 중요한 정보는 뇌의 다른 부분에 장기 기억의 형태로 바꾸는 그런 단계가 바로 REM 수면에서 일어납니다.

자, 그러면 이제 지하철 쪽잠 자다가 목적지 도착 직전에 딱 눈을 뜨는 일이 어떻게 가능할 걸까요? 첫 번째는 우리 몸과 우리 뇌가 규칙적인 그런 주기를 따라서 낮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떻게 되는 거냐면, 우리 뇌가 이미 알고 있을 거라는 주장입니다. 아마 비슷한 경험 여러분 많으실 거예요. 매일 아침에 저만해도 6시 30분에 알람을 맞춰 놓고 보통 잠을 잡니다. 근데 이런 일을 계속 반복하게 되면 알람 울리기 전에 우리가 눈을 뜨는 일이 가능합니다. 바로 이런 원리로 지하철 쪽잠 자다가 목적지 직전에 눈을 뜨게 된다는 주장인 거죠.

다른 주장은 사실 우리 뇌가 깊이 지하철에서 잠을 자지 않기 때문이라는 주장이에요. 쪽잠에선 그 숙면 단계인 3단계 수면을 갖지 않거든요. 1단계, 2단계에 머뭅니다. 1단계, 2단계 정도로 얕은 잠을 자고 가다 보면 이제 지하철 방송, 지하철이 가속하고 감속하는 운동의 변화 같은 걸 우리가 인식하고 ‘아, 이제 내릴 때구나.’라는 것을 외부 자극을 통해서 인식하는 것이 가능한 거죠. 세 번째 주장은 뭐냐면 사실 우리가 쪽잠을 잔다고 생각하지만 계속 깬다는 주장입니다. 잠에서 깨면서 방송을 듣는 거죠. 그래서 목적지가 아닌 경우엔 또다시 1단계, 2단계 잠으로 빠졌다가, 그다음에 잠깐 깼을 때 또 목적지가 아닌 다른 지하철역이라는 방송을 들으면 또 잠깐 더 잠을 자고, 이런 방식으로 자주 깨기 때문에 우리가 목적지 전에 눈을 뜬다는 주장인 거죠.

저는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우리 뇌가 정말 신기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지하철에서 매일 쪽잠을 주무시면서 ‘에이, 목적지 전에 어차피 깰 거야.’라고 너무 확신하지는 마시고요. 그런데 훈련할 순 있다고 해요. 어떤 방법일까요? 매일 똑같은 시간에 지하철을 타서, 매일 똑같은 역에 내리는 경험을 이어가시면, 아마도 여러분이 지하철 쪽잠을 좀 더 긴 시간 잠에 여러분이 빠지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그런 제안은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③ 왜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느낌일까?

나이 들수록 사람들이 시간이 점점 빨리 간다. 그런 이야기들을 많이 하십니다. 사실 저도 과거를 돌이켜 보면 그랬던 거 같아요. 어렸을 때, 초등학생 때는 친구들하고 학교 끝나고 종일 놀아도 "아이고, 아직도 저녁 먹을 때도 안 됐다."는 생각을 느낄 때가 많이 있는데요. 제가 이제 거의 60에 가까운 나이가 되다 보니까 요즘은 정말 시간이 빨리 가는 거 같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하는 것을 뇌 과학에서 설명하는 한 주장이 있습니다. 우리 뇌에선 도파민이라는 물질이 분비되는데요. 도파민이 분비될 때는 먼저 우리가 예상하는 자극의 크기가 있고, 외부에서 들어온 자극이 예상보다 더 크거나 더 낮은, 차이가 큰 자극이 들어오면 우리 뇌가 반응하는 일이 가능한 거죠.

그럼, 왜 도파민과 나이가 들어서 그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걸 인식하는 것이 관련이 있는 걸까요? 도파민은 이처럼 자극의 예상치와 실제 들어온 자극의 차이를 측정하는 그런 물질이라고 생각한다면, 나이가 들면 어떻게 될까요? 점점 새로운 자극이 줄어들겠죠. 경험이 많아지면 이젠 어떨까요? 뭘 봐도, 그죠? 이미 예상했던 자극에 비해서 새롭게 들어온 자극의 크기가 그리 강하게 인식되지 않을 수 있죠. 그리고 우리 뇌가 시간의 흐름을 인식하는 메커니즘에 도파민이 기여한다는 주장이 있거든요. 따라서 이 둘을 함께 생각해 보다 보면 나이가 들면 새로운 경험이 줄어들고, 도파민도 줄어들고, 따라서 우리 뇌가 시간이 흐르는 걸 점점 느리게 측정한다고 할 수 있죠. 결국 이 주장은 우리가 시간을 우리 뇌가 파악할 때 중요한 것이 새로운 경험의 양이라는 것입니다. 만약에 나이 들어서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흐르는 것으로 생각하신다면 제가 드릴 수 있는 조언이 있습니다. 바로 새로운 경험의 양을 늘리시는 겁니다. 그러면 나이가 들더라도 더 많은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이고, 따라서 주어진 시간을 더 길고 풍성한 그런 시간으로 채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④ 우주보다 큰 허세 중2병, 불치병일까?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님이라면 모두 다 동의하실 거예요. "대한민국 중2가 무서워서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지 못한다."라는 그런 이야기가 있죠. 중2병은 그러면 왜 생기는 것일까요? 중2병이 만들어지는 이유를 이 과학자들이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아주 어린아이의 경우에 뇌가 점점 나이가 들면서 성장합니다. 그런데 뇌의 모든 부분이 똑같은 속도로 성장하지는 못합니다. 우리 뇌의 바깥 부분을 대뇌피질, 대뇌겉질이라고 불리는 영역이 바깥쪽에 있습니다. 인간이 긴 생명의 역사를 통해서 진화하는 과정에서 이 대뇌겉질 부분은 최근에 만들어진 부분입니다. 그리고 인간이 다른 생명들과 비교해서 강점이 있는 것이 바로 이성적인 판단인 거죠.

결국 대뇌겉질은 이성적인 판단에 주로 관여합니다. 한편, 대뇌겉질 안쪽으로 우리 뇌의 중간 부분에는 말 그대로 가운데 뇌라고 할 수 있는 중뇌라는 부분이 있는데요. 인간이 이제 나이가 들면서 성장하면서 중뇌 부분에 있는 편도체가 먼저 성숙하고요. 이성적인 판단을 관장하는 대뇌겉질은 이후에 성장한다는 것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중뇌 부분에 있는 이 편도체라는 부분은 바로 감정적인 처리를 담당하는 부분이라고 잘 알려져 있죠.

결국 그러면 왜 중2병이 어떻게 가능해지는지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는 급격히 성장해서 감정을 굉장히 활발하게 처리합니다. 하지만 극단적으로 변해가는 감정을 이성적인 판단으로 조절할 수 있는 대뇌겉질은 그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에 중2병이라는 것이 만들어질 수 있는 거죠.

또 재밌는, 그 책에서 약간 속어라 좀 죄송한데요. 그 저자의 표현으로는 지X 총량 보존의 법칙이라는 게 있습니다. ‘한 아이가 평생 할 지X은 누구에게나 똑같다.’라는 법칙이라고 해요. 그래서 아이가 중2병을 심하게 겪을 때는 안심하십시오. ‘이걸 지나고 나면 이젠 더 이상 그렇게 발광하진 않을 거다.’라고 생각하시면서 중2병을 아주 혹독하게 겪는 아이를 이렇게, 그 약간은 느긋한 마음으로 지켜보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과학’ 하면 복잡한 공식, 이론 때문에 우리 주변의 일상과 너무 동떨어진 것처럼 그렇게 느껴지시나요? 아닙니다. 저는 과학이야말로 어떤 왜곡 없이 세상을 투명하게 볼 수 있는 눈을 제공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일상에 꼭 필요한 사고의 도구가 바로 과학입니다. 오늘 준비한 이야기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