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철학 릴레잇 EP.5 하동훈론

사람 간의 '정'과 '의리'를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는 사람
진심으로 웃고 진심으로 노래하는
한결같은 우리들의 친구, 하하

철학을 잇다 - 하동훈 [Our Forever Friend]

Q. 데뷔 24년 차, 그동안의 시간을 뒤돌아본다면?
참 순탄하지 않았다. 잘난 거 하나 없고 가진 것 하나 없던 놈이 그래도 잘 버텼다. 이 정도면 잘 살아왔다. 운 좋게도 주말 예능을 20년 넘게 하고 있었는데 저를 굉장히 친근하게 보시잖아요. '여러분들이 저를 잘 키워주셨다'라는 생각이 요즘 들어요. 애가 3명이에요. 이제! 여러분들이 낳아주신 겁니다. 같이 키워주신 거예요.

가장 힘들었던 시간 [The Hardest Time]
Q. (방송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공익을 소집 해제하고 복귀했을 때가 가장 힘들었어요. 그때가 2010년인데 제가 문신으로 새겨 놓으려고 그랬어요. '내가 이날을 잊지 않으리' 진짜 안 좋은 일들은 어깨동무하고 온다고, 우리 가정에도 어떤 풍파가 닥쳤었고 기획사와의 어떤 갈등도 있었고, 그리고 내 친구 종민이는 1박 2일에서 허덕이고 있었고 저는 무한도전에서 허덕이고 있었는데, 그래서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독하게만 살았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감사함이 없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가 공황장애였던 것 같아요. 잠을 못 잤어요. 3박 4일 동안 못 잔 적도 있어요.

Q. 힘들었던 시기, 힘이 되어준 사람들?
저는 진짜 운이 좋았던 게, 진짜 좋으신 분들이 많았어요. 저는 그분들이 아니었으면... 재석이 형은 당연히 제 중심에 서서 절 잡아주셨고 신기하게도 그 당시에 호동이 형이 진짜 저를 데리고 억지로 운동시키고 등산시키고 그래서 무릎이 그때 다 나갔는데 그런 좋은 분들이 없었으면 저는 진짜 크게 힘들었을 거예요. 진짜로

내 인생의 꿈, 라디오 [The Dream of my Life, Radio]
Q. 16년 만에 라디오 DJ로 돌아온 이유?
제 꿈은 디제이였고 저는 이문세의 별밤을 들으면서 자라난 세대예요. 항상 말씀드리지만, 휴머니즘이 짙게 깔린 그 느낌, 저는 너무나 좋았거든요. 라디오는 또 다른 가족 같아요. 그래서 저도 지치고 힘들 때, 라디오 DJ를 하면서 목은 많이 피곤하지만 진짜 거짓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위로를 많이 받아요.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곳. 나를 알아주는 곳. 보통 나를 알아주는 단 한 사람만 있으면 쉽게 인생을 포기하지 않고 버텨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기잖아요. 그게 가족인데 저한테는, 라디오가 그런 존재예요. 물론 TV 프로그램도 행복하고 유튜브라든지 그런 채널들도 행복하지만, 내 사람, 내 편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무조건 사랑하는 가족 [My Family that I Love Unconditionally]
Q. 나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
(이 인터뷰를) 저희 부모님이 보실지, 안 보실지 모르겠지만 두 분 다 참 유쾌하신 분인데 두 분이 잘 안 맞으세요. 그래서 그분들처럼 살고 싶지 않아서 결혼을 안 하시는 분도 있고 '나는 그렇게 살지 않을 거야' 해서 결혼하신 분이 있는데 제가 다행히도 후자였던 것 같아요. 전 겁쟁이잖아요. (가족이) 저를 슈퍼맨으로 만들어 줬어요. 하하는 겁쟁이인데, 드림이 소울이 송이 아빠는 겁쟁이가 아니에요. 가족들을 위해서 뭐든지 다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이게 사랑이구나'를 느꼈어요. 내가 항상 중요했기 때문에 누구를 위해서 죽어준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우리 와이프를 위해서 죽어줄 수 있어요. 시간이 좀 걸립니다. 왜냐하면 뭐 보험도 있고, 재산 뭐...
여러 가지로 생각해서 정리할 게 되게 많아요. 근데 내 아이를 위해서 죽어줄 수 있어? (라고 묻는다면) 0.1초도 안 걸려요. 그러니까 조건이 없는 사랑이죠. 무조건적인 사랑을 느껴서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나도 이렇게 될 수 있구나' 이들은 진짜 나의 모든 것이죠. 내 세상이고 내 우주고 내 꿈이고 나의 노래이고 나의 영혼입니다.

Q. 그런 가족들에게 나는 어떤 가족일까?
그래서 너무 미안해요. 아무것도 해주는 게 없는 것 같아요. 진짜 빵점 아빠예요. 이렇게 인내심이 부족하고 감정적으로 잘 삐치고 서운해하고 어른스러운 모습이 없어요. 내가 스스로를 어른스럽다고 느낄 때는 진짜 간단한 것들이에요.
보통 내 고기는 내가 굽잖아요. 잘 익었어 너무 예쁘게 내 거야. 기름장에 찍어서 내 입에 넣어야 되는데 우리 아이가 그거를 달래요. 그때 내가 고기를 넘겨줘요. 그때 내가 어른스럽더라고요. 그리고 내가 차를 타고 룸미러로 봤더니 애들이 자, 그리고 옆을 봤더니 조수석에서 내 와이프도 자. 그땐 내가 멋있어요. 그냥 이랬을 때가 어른스럽지. 그 외에는 진짜 너무 부족한 것 같아요. 정말로 그런데도 아빠를 좋아해 주고 사랑해 줘서 너무 고마워요.

Q. 내가 생각하는 좋은 가족이란?
집을 행복해하는 아이들. 그리고 항상 물어봐요. 내일이 궁금해? 내일이 궁금하대요. 그러면 아직 삶이 재밌는 거예요. 우리 부부 사이도 좋은 거 같고 이 집이 행복하니까. 그걸로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이것만 유지하면 된다.

레게 좋아하는 아저씨 [Reggae-Loving Uncle]
Q. 새로운 세대에게 어떤 방송인으로 기억되길 바라는지?
그냥 재미있고 유쾌한 아저씨. 저는 사실 가수로 시작했거든요. 근데 요즘 종국이 형도 그래요. 이번에 30주년 앨범이 나온다는데, 다음 세대의 친구들은 우리가 뭐 하는 사람들인지 몰라요. 그냥 재미있는 아저씨고 종국이 형은 몸 좋은 아저씨, 운동선수 이렇게 아시는데 사실 (김종국 씨는) 3사 가요 대상을 휩쓴 사람이에요. 말도 안 되는 커리어를 가지고 계신 분인데도 그렇게 되잖아요. 그런데 저는 조금 다른 게 저는 예능인이 맞아요. 저 무대에 설 때 이렇게 얘기해요. '여러분, 그런 눈으로 보지 않으셔도 돼요. 저 개그맨 맞고 사실 공채는 아니지만 예능인 맞습니다' 제 직업은 예능인이에요. 근데 제 꿈은 가수예요. 여러분이 지금 제 꿈을 이뤄주고 있는 거예요.
저도 이번에 앨범이 나와요. EP로 나오고 그 다음에 정규 17곡짜리 앨범도 낼 거예요. 그냥 내는 겁니다. 나를 위해서예요. 이거는 다음 세대에는 그래도 레게음악을 하고 있는 재밌는 아저씨. 내 이름처럼 하하 웃을 수 있는 남자. 이 정도로만 기억하시면 될 것 같아요. 내 묘비명에도 이렇게 할 거란 말이죠. 레게 좋아하는 하하 웃는 아저씨

우리의 영원한 친구 [Our Forever Friend]
Q. 지금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
건강하라고 해주고 싶어요. 건강해야 가족들을 지킬 수 있으니까. '동훈아 조금만 더 건강해져라, 그리고 너를 가꿔라. 그리고 무식에서 탈출해라.'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이 '잘못된 길이 지도를 만들었다'거든요. 지금도 난 나만의 지도를 완성해가고 있으니까 '동훈아 네가 지금 가는 길을 의심하지 말고, 그냥 걸어. 그게 너의 길이야. 잘하고 있어' 라고 얘기해 주고 싶어요.

Our Forever Friend
예능인, 가수, 라디오
철학을 잇다
하동훈
교보생명의 하루잇문학, 다음 달에도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