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철학 릴레잇 EP.6 김종서론

데뷔 38년 차 K-POP의 살아있는 전설
누구보다 뜨거웠던 청춘을 지나
또 한 번 음악 인생의 여름을 준비하는
여전히 뜨거운 모두의 뮤지션, 김종서

철학을 잇다 - 김종서 [A Season of My Own]

Q. 지금까지의 음악 인생 38년을 계절로 표현한다면?
봄 같아요. 봄. 만물이 소생하는, 봄은 우리가 기지개를 켜는 시기잖아요. 그래서 제가 끊었던 공연까지 다시 하게 됐고 그게 너무 좋아서 많은 분들이 호응을 해줬고 그래서 앙코르 콘서트도 갖게 됐고 또 올해는 <모두의 김종서>라는 브랜드까지 만들었고 예전에 공연 너무 열심히 했던 김종서로 다시 회귀하는 설렘이 많은 봄 같아요.

뜨겁고 강렬했던 시기 [The Fiercest Season of My Life]
Q. 인생의 가장 뜨거웠던 계절, '여름'은 언제였나?
92년에 솔로 데뷔를 하고 플라스틱 신드롬 발표했던 4집 앨범까지예요. 90년 초반, 그것도 뜨거운 여름. 비가 안 내리는 뜨거운 여름 있잖아요. 뭐가 그렇게 정신이 없고 뜨겁고 강렬했고 내가 지금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차에서) 내리면 노래하고 모자란 잠은 차에서 졸고 활동하고 공연하고 곡 쓰고 녹음하고 서태지가 그때 은퇴했잖아요. (그 마음을) 나는 너무 공감하는 거지 진짜 물리적으로 시간이 너무 없었어요.

Q. 그 뜨거운 시절이 남긴 것은?
대표적인 히트곡이 다 그때 나왔죠. 많은 사람들이 사랑해 주는 '아름다운 구속'은 그다음이지만 '대답 없는 너'부터 '지금은 알 수 없어', '세상 밖으로' 수없이 많은 곡들이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그 모든 상황들이 '참 아름다운 것이었구나', '참 고마운 것이었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하죠. 그리고 그때 그렇게 뜨겁게 나를 달궜기 때문에 지금의 나도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Q. 그때의 나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폭싹 속았수다!

가장 넘기 힘들었던 고비 [The Hardest Threshold I Faced in Life]
Q. 인생에서 마주쳤던 가장 힘들었던 문턱은?
7집 앨범을 제작할 당시 권태가 왔어요. 그때 곡 아이디어도 안 떠오르고 너무 힘든 시기였죠. 정신적으로. 앨범이라는 게 마냥 늦출 수는 없는 거고 기계처럼 (곡 작업을) 해야 하는 그 상황들이 너무 나한테는 좀 큰 문턱이 아니었나. 7집 앨범 들어보면 되게 어둡고 칙칙하고 '나 너무 힘들어' 그게 다 녹아 있어요. 그래서 지금 봐도 7집 앨범에선 너무 미흡한 점, 내가 놓쳤던 부분들이 너무 많았고, 몇 년 동안은 이불킥한 적도 있어요. '아, 내가 왜 이렇게 했지?

Q. 그 문턱은 어떻게 넘었는지?
뭘 하려고 하지 않았어요. 흘러가는 대로 좀 일단 내버려둬 보자. 예전처럼 음악만 듣고 아무것도 안 하고 격하게 아무것도 안 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곡도 잘 나오는 것 같고 편곡 아이디어도 많이 나오는 것 같고 뭐가 나올 때 그냥 앉아서 조금씩 하다 보니까 (8집 작업이) 오래 걸렸죠.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했던 작업에 공을 들였던 8집 앨범이 나를 다시 일으키게 한 앨범이 아니었나.

Q. 힘든 문턱을 넘은 후 달라진 것?
주변에 음악하는 동료들도 (8집 앨범이) 그 전 앨범이랑 뭔가 만듦새가 다르다. (그 덕분에) 공백을 길게 가져가는 바람에 나의 전성기에서 어떤 변곡점이 거기서 생긴 듯한 느낌도 들고 그때 약간 하향세를 느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참 뭐가 정답일까?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방식 [My way of Seeing the World]
Q. 음악을 해 오면서 지켜 온 나만의 철학이 있다면?
이렇게 해야 돼. 저렇게 해야 돼. 그런 고정관념이나 강박은 없어요. 나는 이 세상의 모든 음악은 다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사람들은 로커 김종서라고 하지만 그거는 그냥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이미지일 뿐인 거죠. 내가 듣는 음악은 진짜 아이돌 음악부터 재즈, 록, 팝 다 듣기 때문에 그런 음악이 그냥 내 작품에 녹여지는 거죠.
그때그때 나의 레코드인 것 같아요. 음반은 그 당시에 나의 어떤 상황 같은 것이 그냥 그대로 실려 있는 것이 아닐까. 8집은 그때의 나였던 거고, 7집은 그때의 나였던 거고 바로 투영되는 것인 것 같아요. 그래서 레코드라는 게 그런 의미가 아닐까요? 그럼, 거기엔 틀 같은 게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요.

Q. 되돌아가고 싶은, 과거의 순간이 있는지?
돌아가고 싶은 때는 없는데. 좋은 기억들도 있지만 안 좋은 기억들도 있고 그렇잖아요. 누구나 살아본 기억을 뭘 또다시 되돌리려고 그래. 좋았던 시절이 좋았던 것만 있을까요? 과연? 그렇지는 않거든. 그러니까 쓴맛, 단맛 모든 것을 내 인생에서 경험했기 때문에 그것들은 그냥 기억 속에서 아름다운 거지. 내가 또 가서 그것을 경험하고 뭐 이러고 싶지는 않아요. 오히려 그냥 앞으로 나의 모습이 어떨까? 그게 궁금해져요.

내 인생의 사계절 [The Four Seasons of My Life]
Q. 인생의 '봄'을 살고 있는 지금, 기다리고 있는 계절은?
예전부터 '무슨 계절을 제일 좋아해요?' 그러면 나는 '여름이요' 그랬어요. 항상. 봄을 잘 맞이했다면, 자연스럽게 여름으로 가잖아요. 그거는 어떻게 역행할 수가 없는 거잖아요. 그렇게 해서 만든 여름은 또 나름대로 다를 거예요. 20대의 여름과 지금 맞는 여름은 되게 다를 거라는 생각이 들고. 되게 기대가 돼요.
햇빛에 내 몸이 다 탈지언정 매력 있는 건 또 여름인 것 같아요. 확실히. 내가 활동할 때는 없었을 것 같은 그런 친구들도 열광하고 있고 '우연히 왔다가 오늘 입덕했어요' 뭐 이런 친구들도 있고 그들의 눈엔 내가 어떻게 보일까? 궁금하고 재미있어요. 그런 것들이. 지치지 않고 오랫동안 음악을 한 것에 대한 보상인가 싶고 요즘은 그런 젊은 층들이 굉장히 많이 유입되고 있어서 내 공연이 이제 좀 확장되면 내가 모르는 타지, 외국인들은 나를 어떻게 볼까? 이것도 되게 궁금한 점이기도 하고, 누구나 꿈꾸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근데 지금 당장은 <모두의 김종서>라는 이 콘서트가 파이를 좀 늘려가는 것. 할 때마다 조금씩 색다르게 연출을 추가하는 게 너무 재밌거든요. '믿듣' (믿고 듣는) 김종서 공연. <모두의 김종서> 이걸 만드는 게 지금 최고의 목표예요.

Q. 그 시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음악 듣는 것을 게을리하거나 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내가 예전에 정말 왕성하게 작품 활동만 할 때는 24시간 음악을 듣고 있을 때였어요. 지금 트렌디한 음악도 들으려고 노력을 해야 된다는 거, 트렌디하다는 것은 굉장히 의미가 있는 거잖아요. 그걸 이해 못 한다는 거는 동떨어진 사람이 되는 거거든요.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인데, '들으려고 내가 노력을 좀 해야 된다'라는 거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2025년 여름을 살고 있는 나에게 해 주고 싶은 말?
참 어려운 말인데... 올해는 좀 더 성실하게! 공연도 더 꼼꼼히 준비하고 작품 활동도 좀 더 신경 쓰고 화려한 여름을 맞이하기 위해서, 다가올 여름을 맞이하기 위해서 좀 더 열심히 하자!

A Season of My Own
여름, 살아있는 전설, 모두의 뮤지션
철학을 잇다
김종서
교보생명의 하루잇문학, 다음 달에도 계속 이어집니다.